박해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그에게 남우신인상을 안겨준 주인공 김제혁을.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 218번을. 그리고 한국판 ‘종이의 집’ 까지- 배우 박해수의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박해수는 화보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를 착용해도 되는지 물었다. 당연하죠, 브랜드 이름이 뭔가요? 그러자 그는 이내 자켓을 벗어 상표를 가리키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보였다.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한류스타 치고는 무척이나 친근하다. 비록 우리는 서로 안지 오분 남짓 밖에 안되었으나 40대 초반에 접어들고 있는 이 남자는 거만함, 예민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전날 밤 아기의 자라나는 이빨 때문에 한 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프로다운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 모든 촬영과 인터뷰가 끝난 뒤, 우리는 서로 의 휴대폰 사진첩에서 가족 사진을 교환했다. 그만큼 끈끈한 신뢰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촬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인해 배우님의 삶이 바뀌었나요?

제 인생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생겼고, 그 중에서도 큰 책임감이 생긴게 가장 큰 변화예요. 한국 콘텐츠가 전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제가 한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나올 좋은 콘텐츠, 감독,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발판에 대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 218번(상우) 이라는 못된 캐릭터를 연기하셨는데, 218번의 어떤 매력에 가장 끌리셨나요?

저는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못된 캐릭터라는 건 동의합니다. 저는 그 캐릭터가 감정적으로 변하는 모습과 결국 그를 무너뜨릴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욕망을 보는 게 흥미로웠어요. 마지막에는 양심에 기대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죠.

Park Hae Soo wears a jacket by the Korean brand Ley, shirt by Allegri, trousers by Qcumbers and shoes by Hogan

배우님께서는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시는데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범죄자로 가장한 범죄자 역할을, 곧 넷플릭스에서 방영될 한국 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는 베를린이라는 캐릭터를 맡고 계시죠. 이런 개성있는 역할들이 로맨틱한 역할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이중적인 캐릭터들을 좋아하는것 같아요. 특히 사회성이나 관계성에서 들어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얘기를 하는걸 좋아해요. 전 연극 배우 출신이었고, 고전문학에 대한 로망이 굉장히 많아요. 고전문학을 오래 하기도 했고요. 사실 사랑하는 캐릭터를 정말 하고싶지만 제가 하면 처절한 치정 멜로가 나오지 않을까요.

주로 액션을 할때 혼자 소화를 하시는 편인가요? 혹은 대역 배우를 쓰시나요?

너무 위험한 액션일때는 대역배우가 있고, 웬만한 액션이나 모든 촬영에서는 제가 하고있습니다. 직접 하는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배우님의 필모그래피를 가진다면 더이상 오디션을 직접 참석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의 경우 감독님이 절 선택해주셨고, 그러면서 대본을 주셨는데 그걸 보면서 안해야 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저에겐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이면의 모습이 재밌어서요.

 

 

아무도 이렇게까지 성공할거라고는 예상 못했을 것 같은데요. 배우님은 예상하셨나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때 여파가 클 것이란건 생각했어요. 전세계에선 공통적인 분모가 있잖아요. 어린아이들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순수한 게임이 어른들의 강력한 생존경기가 됐다는 것이 성공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불안정한 시대에서 살면 로맨스와 따뜻한 영화를 찾게되는 반면, 요즘은 호러와 몬스터물이 유행하고 있죠. 이런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현실이 그만큼 흉흉하지 않다는 뜻일까요?

저도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배우, 아티스트가 하는 일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특히 지금 OTT시대로 들어가면서 굉장히 자극적인 부분들이 나올 수 있는데요. ‘오징어 게임’은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빈부격차나 여러가지 경쟁사회에 대한 비판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그 부분들이 더 많이 전달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시대가 갈수록 아티스트들이 강력한 소재나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어도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는지 우선적으로 보는것이 가장 중요한것 같습니다.

남자가 아버지가 되는 순간 그에게 많은 심적 변화가 인다는 말이 있는데, 배우님께서도 배역을 선택하실 때나 작품을 하실때 그런 변화를 느끼시나요?

편집장님께서는 자녀가 있으신가요?

 

 

박해수

네, 손자 손녀도 있어요.

저는 아이가 이제 7개월 돼서 아직은 아기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과정이고, 제 변화까지는 경험하지 못했어요. 아기가 자라나는 과정은 느끼는데, 아직까지는 나의 변화는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아이가 생기면 생각하는 차원이 달라지고 조금 더 고려하는 요소들이 많은데 배우님께서는 배역을 고를때 아이의 존재로 인해 새로 고려하게 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우선 작품을 고를때 무엇보다도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세지가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됐고, 둘째는 그 캐릭터가 살인마든, 싸이코패스든 이거에 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어떻게 소화를 하느냐가 중요해졌어요. 악역은 선한사람이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선한 아티스트들이 악한 연기를 보여야만 악하다는걸 아니까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에서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어느 뛰어난 전략가가 최고의 범죄자들을 분야별로 모아 사상 초유의 사기극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동 경제 공간 (C.E.S)’ 라는 말이 여러 의미로 들어맞는 것 같아요.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스페인 원작 시리즈를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그만큼 한국 콘텐츠가 세계화 되었다는 뜻일까요?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걸까요?

사실 한국은 이미 훌륭한 아티스트들, 감독들, 작가들이 존재해 왔고 오랫동안 우리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리고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해준 넷플릭스에게 감사하고요. 어떤 조합이란것도 중요한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우리화 시켜서 얘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것 같아요. 각 나라에서 갖고 있는 색깔과 그 나라의 배우들로 그 이야기를 하는것이 가장 세계적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지도가 오르며 수입도 더 오르셨나요?

아직은 아닙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아이와 가족이 있으니까요. 혼자 있으면 돈없어도 하는데 이젠 가족들이 있네요 (웃음).

한국 판 ‘종이의 집’과 원작은 스토리 라인이 비슷한가요?

하지만 스페인 원작과는 차별화된 작품이예요. 저희가 하고있는 종이의 집 한국 버전은 아직 한반도의 남북이 갈라져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캐릭터들이 달라서 굉장히 흥미로워요. 그 안에서 베를린은 더 남북한이 현재 유일한 분단국가인 공통적인 고통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역사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저한테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베를린을 방문하신 적이 있나요?

네, 한번 방문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이제는 가장으로서 가족과 함께 다시 방문하고 싶고, 베를린 영화제도 꼭 가고 싶습니다.

오징어 게임 이후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급상승하셨는데 자랑스러우신가요?

저는 솔직히 SNS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하고있습니다.

배우님께 세가지 소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기가 이빨이 자랄 때라 아빠로서 잠이 부족한 것 빼고요.

첫번째, 내 주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느끼기를. 두번째는 제 마음가짐이 오랜 연기 생활동안 변하지 않는 것. 세번째는 소원 10가지를 더 들어주는 것이요.

‘종이의 집: 공동경비구역’은 돌아오는 6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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